하이드아웃은 2017년 등장한 온라인 기반 캐주얼 브랜드다. 통이 넉넉한 밴딩 팬츠‘모두바지’를 시작으로, 가수 이효리가‘자발적으로’플리스 아우터를 방송에 입고 나오면서 20~30대에 큰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론칭 3년 만인 2020년 2월, 큰 변화를 겪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 인수된 것. 온라인 시장에 성장한 노하우를 습득하고 싶은 기업과, 생산부터 유통까지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한 브랜드의 선택이었다. 이제 막 새로운 둥지에서‘시즌2’를 시작한 하이드아웃은 어떤 모습을 그려가고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 하는 이유다.
당시 롱패딩이 거리를 휩쓸었지만 패션피플들은 패딩을 입지 않았다. 그래서 롱 패딩 대체 상품이 뭘까 고민하다 플리스를 만들었다. 기존 제품과 달리 길이를 늘리고, 다른 브랜드에서 흉내낼 수 없도록 직접 원단을 개발했다. 12월 1일에 처음 생산을 해서 약 700-800장이 잘 팔렸다. 그런데 재고가 8장 남은 상황에서 예능 프로‘효리네 민박’에 이효리가 입고 나왔다. 따로 PPL 같은 걸 한 게 아니었다. 당시 한 잡지 편집장,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이효리, 이상순이 모인 자리에 3명이 우연찮게 하이드아웃 롱 플리스를 입고 나타난 것.
이효리가 옷에 관심을 보여서 스타일리스트가 사서 입힌 게 진짜 스토리다. 그런데 방송의 힘이 대단했다. 2월 5일 방송 이후 폭발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3일 만에 선주문 6000장이 들어왔다. 원단부터 다시 만드는 일인데다 그즈음 설 연휴가 껴 있었다. 일단 SS 제품 생산을 올스톱 하고 공장 8군데를 나눠 일정을 맞췄다. 차수 별로 생산이 가능한 수량을 체크한 뒤 조금씩 유통 채널에 주문을 푸는 식이라 오차가 나면 안 됐다. 그렇게 공장과 한 마음으로 일하며 결국 3월 13일 배송을 완료했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 못할 기적 같은 일이었다.
인수 뒤 브랜드를 다져가는 작업의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컬렉션 전체로 움직이기보다 제품 하나하나에 장점을 이끌어내는 것, 기존 히트 아이템은 업그레이드 시키고, 전략 상품은 새로 내놓고, 브랜딩을 위한 제품은 소량으로 전개한다. 두 번째는 하이드아웃의 가장 큰 DNA인 웰메이드를 포기하지 않는 것. 전 상품에 KC마크를 적용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마지막으로. 하이드아웃만의 디자인 특징을 살려내는 것. 절개를 많이 넣고 구조적으로 해체된, 그런 옷보다 기본 아이템에 트렌디한 실루엣을 추구한다.
누군가 하이드아웃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키워드가 ‘견고함’이길 바란다. 완성도 높은 옷을 선보임으로써 고객의 취향까지 바꿀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고무줄 바지는, 기본 반팔은 여기가 제일 좋지’라는 식으로. 천천히 가더라도 괜찮다. 처음 하이드아웃이 생길 때 품었던 제품에 대한 자존심과 위트만 까먹지 않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