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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deout 이야기쉬어가고 싶은 순간,
우리 모두를 위한 옷

하이드아웃은 2017년 등장한 온라인 기반 캐주얼 브랜드다. 통이 넉넉한 밴딩 팬츠‘모두바지’를 시작으로, 가수 이효리가‘자발적으로’플리스 아우터를 방송에 입고 나오면서 20~30대에 큰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론칭 3년 만인 2020년 2월, 큰 변화를 겪었다.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에 인수된 것. 온라인 시장에 성장한 노하우를 습득하고 싶은 기업과, 생산부터 유통까지 정교한 시스템이 필요한 브랜드의 선택이었다. 이제 막 새로운 둥지에서‘시즌2’를 시작한 하이드아웃은 어떤 모습을 그려가고 있을까. 이들의 이야기를 좀 더 들어봐야 하는 이유다.

Weekend Natural Look을 지향하는 브랜드

본래 하이드아웃은 옷 브랜드가 아니었다. 창업자인 이영근 대표가 2014년 같은 이름으로 가방(캔버스와 배지터블 레더로 믹스한 컨셉) 브랜드를 만든 게 시초였다. 일본에서 남성용 캔버스백이 유행하는 걸 보고 론칭한 브랜드가 국내에서는 잘 안 돼 접었고, 2017년 의류로 재도전을 하면서 이름을 그대로 썼다. 하이드아웃 가방이 ‘위켄드 내추럴 백’으로 명명된 것처럼, 옷도 주말 나들이, 강아지와의 산책, 집 앞 카페 등에 갈 때 함께 할 수 있는 옷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다.

하이드아웃의 의미는‘아지트’ 혹은 ‘은신처’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보면 늘 모이는 카페, 당구장 같은 그런 곳 . 더 나이가 들면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주말에 서울근교나 한강 둔치를 찾는다. 하이드아웃 옷을 입고 은신처로 가는 것, 그것이 브랜드가 꿈꾼 그림이다.

키가 커도 작아도,
남자여도 여자여도 모두 입는 바지

론칭 당시 국내 바지에는 트렌드가 안 보였다. 해외 수입 청바지 브랜드들이 주도하다 국내 브랜드로, 그 다음에는 29CM나 무신사에서 별 특별한 거 없는 저가 브랜드만 여러 가지 팔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번쯤 새로운 바지의 유행이 생길’만한 시점이었다. 해답은 모두가 입을 수 있는 바지, 편한 바지였다. 이영근 대표의 경험이 컸다. 그는 허리 사이즈에 맞추면 길이가 길고, 이걸 또 수선하면 원래 바지핏이 달라지는 아쉬움을 느끼면서 허리 사이즈에 구애받지 않는 밴딩 바지, 그리고 핏은 누구나에게 어울리면서 편한 바지를 만들겠다고 생각했다.

스타일링 밸런스도 고려했다. 럭셔리와 섞여도 될 만한 ‘괜찮은 바지’가 먹힌다고 봤다. ‘괜찮은’이란 건 결국 가격도 디자인도 중요하지만, 고객이 입었을 때 만족하는 품질의 문제다. 하이드아웃 전신에서 캔버스 가방을 오래 다룬 노하우가 있다 보니 피치가공을 옷에 적용했다. 일반적으로 피치 가공한 원단은 옷 겉면에 쓰는 경우가 많지만 모두의 바지는 안쪽으로 돌렸다. 고객이 모두의 바지를 입어보고 딱 부드럽다고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3개월 만에 7000장 완판...
티셔츠, 맥코트로 히트 행진

출시 일주일 만에 초도 물량이 다 나갔고, 3개월 만에 7000장이 판매됐다. 3월부터 8 월까지 총 1만 5천장이 동나서 처음부터 브랜드가 잘 정착했다. 온라인 브랜드로서의 강점을 잘 살린 덕이었다. 유통은 29CM 한 곳에만 출시하면서 그 안에서 최대한 제품을 보여주려고 애썼다. 바지 하나라도 사진을 다양하게 찍었다. 체구가 작거나 큰 남녀, 188cm이상, 혹은 165cm 미만 남자 등 다양한 신체조건의 모델들을 촬영했다. 그야말로 모두가 입는 바지라는 걸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제품을 한번에 내놓지 않고 한 달에 하나씩 출시한 것도 전략이었다. 온라인에서 노출은 한계가 있고“, 밴드 바지는‘모두의 바지’지!”라는 인식을 심고, 다음 단계로 가자는 식이었다. 이런 전략이 틀리지 않았다. 8월에‘목이 늘어나지 않는 티셔츠’를 내놓았더니 석 달 새 만 장 가까이 나갔고, 9월에는‘세탁기에 돌려도 되는 니트’를 최초로 출시했고, 10월에는 다운 맥 코트로 약 4000장을 팔았다. 제품 모두가 모두의 바지처럼, 객단가가 조금 비싼 편이지만 방수 기능과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기본 디자인이었다. 롱 플리스는 맥 코트의 인기로 12월로 늦춰 출시했다.

재고 8장 남겨 놓고 터진
‘효리 롱플리스’

당시 롱패딩이 거리를 휩쓸었지만 패션피플들은 패딩을 입지 않았다. 그래서 롱 패딩 대체 상품이 뭘까 고민하다 플리스를 만들었다. 기존 제품과 달리 길이를 늘리고, 다른 브랜드에서 흉내낼 수 없도록 직접 원단을 개발했다. 12월 1일에 처음 생산을 해서 약 700-800장이 잘 팔렸다. 그런데 재고가 8장 남은 상황에서 예능 프로‘효리네 민박’에 이효리가 입고 나왔다. 따로 PPL 같은 걸 한 게 아니었다. 당시 한 잡지 편집장, 스타일리스트, 에디터, 이효리, 이상순이 모인 자리에 3명이 우연찮게 하이드아웃 롱 플리스를 입고 나타난 것.

이효리가 옷에 관심을 보여서 스타일리스트가 사서 입힌 게 진짜 스토리다. 그런데 방송의 힘이 대단했다. 2월 5일 방송 이후 폭발적인 반응이 뒤따랐다. 3일 만에 선주문 6000장이 들어왔다. 원단부터 다시 만드는 일인데다 그즈음 설 연휴가 껴 있었다. 일단 SS 제품 생산을 올스톱 하고 공장 8군데를 나눠 일정을 맞췄다. 차수 별로 생산이 가능한 수량을 체크한 뒤 조금씩 유통 채널에 주문을 푸는 식이라 오차가 나면 안 됐다. 그렇게 공장과 한 마음으로 일하며 결국 3월 13일 배송을 완료했다. 지금 생각해도 다시 못할 기적 같은 일이었다.

코오롱FnC 인수...
‘시즌2’에서 변하지 않은 것과 변한 것

코오롱FnC로 인수된 이후에도 하이드아웃은 젊고 작은 조직이 만드는 강점을 유지하고 있다. 기획, 디자인, 생산, 마케팅이 착착 합을 맞춰 속도전으로 진행된다. 올 2월 브랜드 인수 후 3월에 첫 제품을 출시할 만큼. 시어서커 소재로 만든‘1마일 팬츠’도 이런 덕을 봤다. 전략적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잘 팔릴 수 있는 가격을 먼저 잡아 단가를 맞췄다. 원하는 품질을 포기하지는 않으려 대신 마진을 최대 아꼈다. 경기도 동탄 물류센터 납품도 직접 할 정도였다. 이게 가능한 건 팀 모두가‘개인 사업체’처럼 일하고, 브랜드에 대한‘애정도’가 남달라서다. 그래서 가끔 쓴소리가 될지언정 의견에 대한 피드백이 활발하다.

달라진 점은 각 분야별로 보다 세심하고 전문적으로 일하게 됐다는 것이다. 예전엔 생산, 기획, 마케팅을 모든 팀원이 다 참여하면서 이해도를 높였다면, 이제는 자기 영역에서 업무에 집중한다. 가령 마케팅이 경우, 도전해 보지 않았던 채널에서 소비자 반응을 살피고, 감이 아니라 데이터를 활용해 예측한다. 디자인 역시 봉제부터 패키징까지 디테일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집중한다‘. 모두의 바지’역시 몸에 닿는 안감 느낌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식이다. 새롭게 개발한 USA 코튼 수피마 원단도 그렇게 나왔고‘, RIPSTOP 아노락’도 업그레이드 되면서 반응이 좋아서 신규고객, 기존 고객 모두‘하이드아웃이 이런 것도 나오는구나’라는 이야기를 한다. 사실 이렇게 상향될 수 있는 건 기업이라는 울타리가 있어서다. 유통은 코오롱몰은 물론 29CM와 무신사, W 컨셉 등 제휴몰로 채널을 넓혀가고 있다.

제품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견고함을 위해.

인수 뒤 브랜드를 다져가는 작업의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다. 컬렉션 전체로 움직이기보다 제품 하나하나에 장점을 이끌어내는 것, 기존 히트 아이템은 업그레이드 시키고, 전략 상품은 새로 내놓고, 브랜딩을 위한 제품은 소량으로 전개한다. 두 번째는 하이드아웃의 가장 큰 DNA인 웰메이드를 포기하지 않는 것. 전 상품에 KC마크를 적용하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마지막으로. 하이드아웃만의 디자인 특징을 살려내는 것. 절개를 많이 넣고 구조적으로 해체된, 그런 옷보다 기본 아이템에 트렌디한 실루엣을 추구한다.

누군가 하이드아웃을 떠올릴 때 생각나는 키워드가 ‘견고함’이길 바란다. 완성도 높은 옷을 선보임으로써 고객의 취향까지 바꿀 수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고무줄 바지는, 기본 반팔은 여기가 제일 좋지’라는 식으로. 천천히 가더라도 괜찮다. 처음 하이드아웃이 생길 때 품었던 제품에 대한 자존심과 위트만 까먹지 않는다면.